최강록 셰프 인터뷰
역경의 연속이었던 시절 딛고
6500:1 경쟁률 마셰코에서 우승
“조리 업계에서 끝을 보고 싶어”
“그냥 만화책 보고했습니다. ‘미스터 초밥왕’이라고….”
2013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요리 경연 프로그램 ‘마스터셰프 코리아2’ 예선 현장. 생선찜을 준비하고 있는 한 참가자에게 강레오 심사위원이 어디서 요리를 배웠냐고 묻자 참가자가 부끄러운 듯 대답했다. 심사위원들은 그의 대답에 웃음을 터뜨렸다. 김소희 심사위원은 “만화책을 보고 음식을 해요?”라며 반문하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참가자는 머쓱한 듯 웃어 보이며 완성한 생선찜을 심사위원에게 내보였다. 심사위원들은 조심스럽게 생선찜을 맛본다. 의심의 눈초리와 달리 결과는 만장일치 합격이었다. 기분 좋은 출발을 한 이 참가자는 이후 경연 최종 우승을 거머쥔다. 만화로 요리를 시작해 6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우승까지 한 주인공 최강록 셰프를 잡스엔이 만났다.
최강록 셰프는 마스터셰프 코리아2 출연 당시 회사원으로 참가했다. 회사원 출신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우승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마스터셰프 코리아 우승 후에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서울 강남구 한 공유 오피스에서 최강록(43) 셰프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마스터셰프 코리아2에 출연한 지 9년이 지났지만, 그는 그때 TV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우승 후 어떻게 지냈나요.
“마스터셰프 코리아 출연 후에는 일부러 요리 쪽으로 일을 하지 않았어요. 그동안 하루 종일 일하는 주방에 있다 보니 남들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는 일을 하고 싶었죠. 방송도 출연도 몇 번 했는데, 제가 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택한 게 조리 쪽 업무였어요. 주방에서 직접 요리를 한다기보다는 회사에서 음식 제품 개발 및 관리를 했습니다. 또 유튜브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유튜브 채널인가요.
“제가 경험했던 음식을 다시 제 방식대로 풀어내는 요리 채널입니다. 2015년부터 해보고 싶었는데요, 준비도 하고 함께 할 친구를 소개받아 2020년부터 제대로 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요리 학원에서 알려주는 방식으로 영상을 찍었는데 구독자들이 너무 졸리다고 하시더라고요. ‘영상을 보고 불면증이 나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수면용 영상이네요. 2편 부탁해요’ 와 같은 댓글이 많았어요. 어떤 식으로든 표현해주셔서 감사했죠. 그러나 졸리다는 분들이 많아서 방식을 바꿨습니다. 요리하면서 다양한 생각이 떠오르는데, 이걸 날것 그대로 나레이션으로 풀었습니다. 다행히 좋아하시더라고요.”
-최근 요리도 다시 시작했다고 합니다.
“주방 플랫폼 ‘도시 주방’에서 ‘치오락(치킨 오브 락)’이라는 닭 요리 브랜드를 열었습니다. 이곳은 제가 영상 속에서 다루는 닭 요리를 실제로 먹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유튜브에 올리는 요리 영상에는 먹는 장면을 넣지 않아요. 맛 표현도 하지 않죠. 맛은 보시는 분들 상상에 맡기기 위해서예요. 배달 대행 스타트업 바로고와 콘텐츠 스타트업 망고플레이에서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셔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메인 재료는 닭입니다. 보통 닭을 튀긴 후 양념을 버무리는데, 양념을 먼저 버무린 후 튀깁니다. 이렇게 조리해서 정말 바삭한 맛을 살리고자 했습니다. 바삭한 정도가 아닌, 말 그대로 ‘빠삭’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껍질 본연의 바삭함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오리지널맛, 누룩소금마늘맛, 고추장맛, 바질맛 치킨을 선보이고 있어요. 현재 바로고가 운영하는 공유 주방 고속터미널 점에서 손님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최강록 셰프는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마스터셰프 코리아2의 우승자로 기억한다. 단순히 우승자일 뿐 아니라 순수함과 좋은 인성, ‘만화로 요리를 시작한 참가자’로 사람들 기억 속에 남아있다.
-마스터셰프 코리아 출연 당시 만화책 보고 요리를 배웠다고 해서 화제였습니다.
“지금 그 영상을 보면 ‘왜 요리 학교 다녔으면서 만화책이라고 했냐’ 등의 댓글이 있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이슈화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얘기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심사위원의 질문을 받고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만화책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워서 그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미스터 초밥왕을 보고 요리를 했다고 말하면 다들 공감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었죠. 아무튼 제가 요리를 시작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미스터 초밥왕’입니다.”
-만화를 보고 요리에 흥미가 생겨 학원도 다닌 건가요?
“만화에 나오는 아이템을 실제 메뉴로 연결해 보고 싶었어요. 캘리포니아롤이 아직 한국에 없을 때였는데, 이걸 선보이는 식당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스시 아카데미에 들어갔습니다. 단기간에 초밥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는 학원입니다. 아카데미에서 동업자를 만나 서울 신촌에서 스시 가게를 열었습니다. 1년도 안 돼서 불화가 생겼어요. 그때 24살이었는데, 감당하기가 힘들어 가게를 나왔습니다.
이후 수서에서 혼자 회전초밥집을 열었어요. 나름 잘됐는데, 일본 음식점을 운영하다 보니 손님들의 식견이 굉장히 높다는 걸 깨달았어요. 셰프의 경력과 출신 등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죠. 당시 저는 일본에 가본 적도 없었습니다. 제가 하는 음식이 진짜인지 아닌지 헷갈려 식당 문을 닫고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제 나이 29살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어디서 요리를 배웠나요.
“처음엔 한국인 스님이 사는 도쿄의 절에 들어가 살면서 어학교를 다녔습니다. 요리를 배우려면 일본어를 빨리 배워야 했기 때문이에요. 8개월 뒤 일본어 능력 시험을 본 후 바로 오사카로 떠났습니다. 츠지 조리사 전문학교 2년 과정에 지원했고 합격해 조리 매니지먼트 전공생으로 요리를 배웠습니다. 일본 요리뿐 아니라 아시아와 서양 요리에 대해 얕고 넓게 배웠어요.
학교에 다니면서 만화책과 식당을 운영하면서 뒤죽박죽 얽혀 있던 것들을 잘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 오기 전에는 왜 생선을 찬물에 담가야 하는지 모르고 무작정 따라 했다면, 학교에 오고 나서는 그 이유를 배웠습니다.”
그는 낮에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이자카야에서 일하며 일본 음식과 더 친해질 수 있었다. 학업을 마치고 32살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 마침 츠지 조리사 전문학교가 서울에 학원을 열었다. 그곳에서 요리 연구도 할 수 있는 교직원을 뽑는다는 말을 듣고 지원한 그는 3년 동안 그곳에서 근무했고 일본 요리사들과의 교류를 통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이후 반찬가게를 열었는데, 잘 안됐다고요.
“일본에서 요리도 배웠고 일본 요리사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일본 요리사들이 일본으로 가서 함께 근무하자는 제안도 했는데, 저는 그냥 한국에 남았죠. 일본식 반찬가게를 차렸어요. 생각보다 잘 안 돼서 여러 가지 음식을 파는 델리식으로 바꿨습니다. 김밥도 만들고 초밥도 쥐었죠. 할 수 있는 걸 다 했는데 잘 안됐고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월세와 빚을 갚아야 하는데, 가게는 문을 닫아 놓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돈을 벌어오는 게 낫겠더라고요. 임대를 내놓고 무엇을 할지 고민하던 차에 아는 분의 도움으로 참치 무역회사에서 회사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것저것 고민했지만 회사원으로 돈만 버는 것보다는 참치를 만지면서 기술을 익혀보자는 생각에 입사했어요.”
-그때 마스터셰프 코리아에 출연한 거군요.
“마스터셰프 코리아1은 몰랐습니다. 맥주 한잔하다가 우연히 마스터셰프 코리아2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걸 봤어요. 다른 건 안보였고 상금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어디 가서 3억원을 벌 수 있겠어요. 우승은 못 할 수도 있지만 해보는 것과 안 하는 건 다르니까요. 술 한 잔 마시고 용기가 용솟음쳐서 지원했습니다.”

서류 전형과 면접을 거쳐 100인 오디션까지 합격했다. 만화로 요리를 배운 참가자로 이름을 알렸다. 최강록 셰프는 말이 조금 느리다. 마스터셰프 코리아2 출연 당시 열심히 만든 요리를 설명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에 누구는 답답함을 느꼈을 터. 그러나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어딘가 순진해 보이는 그의 말투에 점점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에 힘 입어 최 셰프는 우승의 자리에 올랐다. 우승자로 이름이 불렸을 때 최강록 셰프는 눈을 감았다.
“기분이 좋았어요. 다시 사람답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안도했습니다. 조리사 생활만으로는 제가 진 빚을 다 갚지 못했을 거거든요. 제 이름이 불리고는 안도감에 눈을 감았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실제 돈을 내고 제 음식을 드신 분들이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실 때 정말 뿌듯하거든요. 그때마다 조리 관련 일로 끝을 보자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생은 조리사의 길을 택하고 배웠던 것, 경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끝을 맺어보고 싶습니다.”
-셰프의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도 한마디 해주세요.
“해보고 싶으면 해보는데, 그만두는 것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음식 쪽 일을 해봐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다면 우선 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막상 해봤는데 적성에 안 맞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다른 길을 가면 됩니다. 그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